여러분의 이민 생활은 안녕 하신지요?
현재 저는 휴스턴에 거주하는 동포로서, 최근 미국중부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는 김대중재단이 출범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에 회원으로 등록 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재단의 출범에 깊은 환영과 기대를 전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후광(後廣) ‘으로 호칭하겠습니다. 후광은 그의 ‘호’이자 그의 출신지 명칭에서 따온 것 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제 개인적인 배경을 토대로 이 지면을 빌어 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국가 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개인과 공동체의 희생을 물질적 풍요로 채우려 했던 아버지 세대 속에서 자랐습니다. 한편으로, 국가우선주의로 인해 사람의 가치가 존중 받지 못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 부조리에 무감각 해지는 현실을 목도하며,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아버지 세대의 이면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저는 국가우선주의의 한계를 경험하며, 사람이 존중받고 다수의 가치가 반영되는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본 중낀세(중간에 낀세대)입니다.
강력한 국가우선주의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악마화한 세력으로부터의 테러, 납치, 감금, 투옥, 사형선고를 견디며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지속적으로 발산한 후광은, 부조리에 무너지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헌신했고, 희망의 등불로 우리의 곁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고난을 안겨준 세력을 용서하고 화합하는 사회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런 그를 저는 신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중, 저는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도쿄의 미국계 대기업에 입사하여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서 후광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주변의 일본인들, 교수들, 전직 공안 담당 공무원들, 그리고 미국인 동료들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겉치레(Tatemae)와 다른 진심(Honne)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왜 일본에는 김대중처럼 노벨 평화상을 받을 만한 국제적 업적과 덕망, 철학을 가지고 희생과 헌신하는 정치인이 없느냐”는 것이었고, 일부는 그의 삶에서 ‘남자의 멋’을 느꼈다는 고백도 있었습니다.
한편, 후광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도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일본 기업 및 정치 세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협력한다는 설이 있는 일본 극우 세력으로, 국가우선주의를 내세워 혐한, 역사 왜곡, 식민지 지배, 전쟁 범죄를 합리화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이들은 후광의 바른 역사관과 정신에 정면으로 맞서는 세력들입니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학위를 취득한 후 취업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정착하면서 주한미군 출신 장교, 인권 단체 관계자, 경제인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후광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평가들은 일본에서 들었던 지인들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본에 거주할 때 목격한 극우세력의 논리 일부 한인들이 사용, 한인사회를 멍들게 한다”
최근 우리 한인사회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일본 극우 세력이 우리 국민을 향해 사용하는 혐한, 역사 왜곡, 식민지배 및 전쟁 범죄 합리화 방식과 같이 후광의 정신과 유산을 기리는 이들과 재단을 자극적이고 과도한 표현으로 비난하며 우리 현대사의 슬픈 역사를 신뢰할 수 없는 ‘카더라’ 식 정보로 무분별하게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했던 저조차도 반감을 느낄 만큼, 이러한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는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낙인을 찍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식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카더라’ 식으로 퍼뜨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그들을 따르지 않으면 낙인찍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무차별적으로 퍼뜨린 ‘카더라’ 정보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합리화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신봉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는 제가 일본에 체재할 때 자주 목격했던 극우들의 전략으로, 실제로 그들이 원하는 효과를 거두었던 방법이기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 극우들이 우리 국민에게 사용하고 있는 이러한 방법들(혐한, 역사 왜곡, 식민지배 및 전쟁 범죄 합리화 등에 적용)이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선배님들이 이룩한 건전한 공동체가 멍들고 와해될 위험이 크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는 지역사회와 대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반국민적’ 행위이며, 후광이 고난을 받던 시대, 즉 과거로 되돌리려는 의도로도 보입니다.
우리의 현재를 우리가 극복해온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우리 자녀들이 편협한 사고에 갇히게 하고, 보편적 가치를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한국계 지도자로 성장할 기회마저 막는 무책임한 행위입니다. 이에 저는 후광의 말씀, “개인이 할 수 있는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뜻을 새기며, 부모의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느 휴일, 휴스턴의 한 극장에서 제 두 자녀와 함께 김대중을 기리는 영화를 관람 후, 아이들은 한국에도 이런 인물이 있었냐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들은 후광이 한국판 만델라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인물로, 친구나 학교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후광의 생애는 고난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위한 혁신과 꿈, 도전, 희생, 헌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국민의 삶과 가치에 변화를 이끈 그의 업적이 아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재단 미국중부지역 발족을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주변환경에 굴하지 않고, 재단의 무궁한 활약을 기대합니다.
특히 꿈을 키우는 한인 소년, 청소년과 청년들이 김대중 정신을 통해 미국 사회나 국제사회에서 자랑스러운 한국계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재단이 든든한 나침반이자 영감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김대중재단 미국중부본부 정진호 상임위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