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라남도청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탑승객 가족들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경 진도 해사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됐다. 단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등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4월 15일 인천항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는 중에 침몰했고 304명이 사망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로에서는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할로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그날 밤, 해밀턴 호텔 앞 좁은 골목길 경사로에 인파가 몰리면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사에는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게 닥친 일이 아니었기에 쉽게 잊혀졌다.
하지만 간혹 지나친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참사도 있다. 나도 학부모였기에 세월호 참사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은 가늠조차 쉽지 않지만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아리는 일이다.
두번째로 감정이입이 지나쳐 취재자체가 함들었던 사건은 텍사스 유벨디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다. 2022년 텍사스 남부 유벨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취재차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취재진과 유가족, 조문객이 뒤엉킨 현장에서 내 아들과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현실에 감정이 격해졌다.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내게 와 닿은 탓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나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함이 있었던 것을 제주항공 비행기 참사소식에 깨달았다.
외가 친척이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유가족이 되는 일이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와 멀지 않은 이들이 통곡하고 있다는 것을.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세월호팔이를 한다며 비난하는 몰지각한 이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지휘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책임자는 처벌도 받는 않은 상황을 비판하자 이를 정쟁이라 비난하는 이들.
가족 및 지인들, 친구들과 연말 태국여행을 마치고 선물과 행복한 추억을 한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한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인간들.
제주항공 비행기 참사를 두고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는 막말을 자랑스럽게 떠들며 피해자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기독교인들을 능멸한 전광훈.
나와는 무관한 일 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우리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유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나를 반성한다. 당신들도 잊지 않기 바란다.
사회적 연대와 공감은 반성을 통해 성숙될 것을 믿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미향 대표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