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BS
드리머들’, 트럼프의 수백만 추방 공언에 긴급 계획 마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하자 영구적인 법적 지위가 없는 학생들이 이민 단속이 캠퍼스를 강타할 경우에 대비해 긴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텍사스 대학교 졸업생인 오스카 실바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이하 다카) 수혜자들의 두려움을 전달했다. 실바씨는 지난 5월에 북텍사스대학교를 졸업했다.
많은 동기들은 높은 연봉의 일자리를 얻었지만 실바는 미국 내 법적 지위가 없어서 회계 및 경제학 학위를 활용해 경력을 시작할 수 없었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인 그는 석사 과정에 등록하며 자신과 어린 시절 허가 없이 미국에 들어온 수천 명의 이른바 ‘드리머(Dreamers)’들이 합법화되기를 의회에 기대하며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 미국에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실바는 “모든 노력이 헛되었다고 생각했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실바는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영구적인 법적 지위가 없는 40만 명 이상의 학생들 중 한 명이다. 다카 수혜자인 이들의 미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공약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의 이행팀, 특히 새로운 국경 관리 책임자 톰 호먼은 공식적으로 이 노력의 초점을 갱단원, 도망자, 그리고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먼은 최근 대규모 체포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CNN과 인터뷰에서 “당신이 불법으로 이 나라에 있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에 처한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배우고 필요할 경우 잠적할 계획을 세우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거의 기억나지 않는 본국의 먼 친척들에게 연락하는 등 긴박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에 따라 추방으로부터 임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약 10만 명의 현 학생들도 법원이 이 프로그램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첫 임기 동안 DACA 프로그램을 종료하려 했던 트럼프는 최근 “우리는 드리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이곳으로 데려와진 사람들” NBC와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다른 이민 강경파들 또한 드리머들을 그대로 두는 쪽으로 기우는 추세도 관측된다.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테리 리오 윌슨은 “트럼프는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과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추방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고, 저도 트럼프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윌슨 의원은 이러한 이민자들이 추가적인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윌슨 의원은 지난달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적용되는 주내 학비 혜택을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불법체류 이민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비혜택은 다른 많은 주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재정 지원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윌슨 의원은 “타주 출신의 미국인이 주외 학비를 내야 하는데, 불법 체류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민을 지지하는 비당파적 싱크탱크인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미국정책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의 스튜어트 앤더슨 전무이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다카 수혜자 학생들이 “잡기 쉬운 대상이라고 판단된다면 바로 체포해서 추방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약 8만 명의 미등록 대학생을 보유한 미국 최대 규모의 집단을 가진 캘리포니아는 학생들을 당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주당 우세 주 중 하나다.
12월 초, 캘리포니아의 롭 본타 법무장관은 대학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에게 연방 이민 당국과의 협조를 거부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법적 거주 상태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고 상기시키고 트럼프 행정부가 다카 수혜자 학생들을 추방하는 정책에 대응할 방침을 드러냈다
일선 대학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코넬 법대 기반의 한 비영리단체는 1년 전부터 DACA 수혜자들이 임시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선 이후, 전국 캠퍼스들은 학생들을 위한 법률 워크숍과 시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는 법적 지위가 없는 학생들, 최대 700명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DACA 수혜자인 캐서린 나바에즈는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치한 SUNY 업스테이트 의대에서 3학년을 다니고 있다. 그녀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내년 말까지 갱신해야 하는 보호 조치를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나바에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에서 싱글맘이었던 어머니가 6살 때 과테말라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데려온 이후, 자신의 거주 상태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뛰어난 성과를 냈으며, 육상, 트랙, 농구팀 주장을 맡았고, ROTC 최고 생도로 졸업과 함께 명예를 얻기도 했다.
의대를 졸업한 후, 산부인과 또는 가정의학 전문의를 꿈꾸고 있는 나바에즈는 월스트리저널과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면서 동료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그들은 계속해서 경력을 쌓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맗ㅆ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실바는 어린 시절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에서 폭력이 심해지는 것을 피해 부모님과 함께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오며 달러스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지난 여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내다본 실바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된 바이든의 신분구제프로그램인 PIP(Parole in Place)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실바처럼 입국서류가 없는 미국 시민권자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자신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되었다.
하지만 텍사스는 바이든 정부의 신분구제프로그램을 문제삼아 법원에 제소했고 연방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차단했다.
아내가 미국인 시민권자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실바는 “태어난 나라로 추방된다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갇히게 될 것”이라며 “잠재적인 추방을 막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