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공정은 오랜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고조선부터 시작되는 한반도 북방지역에 대한 역사를 침탈하더니 이제는 문화를 약탈하려 한다.

중국이 한국의 무형유산을 자국의 유산으로 지정한 것에는 아리랑과 농악이 포함됐다. 널뛰기와 전통혼례, 해금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등재했다. 한국의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들이다.  중국은 조선족의 것이니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20건을 지정하고 ‘성(지역)급’ 유산으로 81건의 유산을 지정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정한 것들은 모두 한국의 무형문화유산들이다.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그들의 문화는 곧 중국의 문화”라는 인식을 토대로 한복과 김치까지 중국의 고유문화로 지정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의 것을 뺏겠다는 못된 심보에 그치지 않고 실행하는 작태를 지적하고 다시는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미온적 대응, 눈치보기 대응은 결국 한복과 김치, 아리랑에 농악, 전통혼례까지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사태까지 만들었다.

국가유산청은 뒤늦게 한복과 김치를 고유문화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이는 중국보다 늦었다. 늦은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정 자체가 늦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는 약 750만여명의 재외동포가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곳에도 한국사람이 사네?”라며 뜻밖의 장소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도 한다. 세계 곳곳에서 살면서 한국의 문화가 K-컬쳐, K-푸드, K-팝 이라 불리며 인기를 누릴때 속으로 ‘한국인’이라는 점을 뿌듯해하는 것이 우리다.

휴스턴의 전통무용단 한나래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코리아페스티벌에 한복부스를 마련한다. 한복을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방문객은 일명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한복의 자태가 주는 품격을 알지는 못해도, 수천년의 역사를 거친 ‘선의 미학’을 알지 못해도 찬사를 보낸다. 주류사회 행사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알리고 한복을 알리는 일에 자비를 들여가며 수년째 하며 우리 것임을 알리고 있다. 정부차원의 강탈에 맞서는 갸날쁜 움직임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다.

미주 다른 지역 코리아 페스티벌에서도 한복부스를 설치하는 한인민간단체들이 많다.  퍼레이드를 통해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린다. 모두 한국을 알리는 축제인 코리아페스티벌의 한 모습이다.

주류정치인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는 한인지도자들도 많다. 몇 년 전 휴스턴 한인상공회의소는 회장 취임식에 회장단 전원이 한복을 입었다. 현재는 휴스턴 시장이 된 존 위트마이어 전 상원의원, 알 그린 연방하원의원을 포함한 미국정치인들과 중국계, 베트남계, 인도계 등 아시안 커뮤니티 리더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의 전통의상을 선보였다.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라 하고 중국이 김치를 ‘파오차이’ 또는 ‘신치’라고 불러도 김치가 한국의 음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외국인은 없다. 절인야채에 양념을 버무렸다고 해서 다 김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많은 외국인들은 알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자국의 음식문화라고 홍보한다고 해도 이미 생활에 ‘스며든’ 문화의 원류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미주 한인들의  한복을 알리는 노력은 바로 ‘스며듬’이 바탕이 된다.

오는 21일은 조지아주가 공식인정한 ‘한복의 날’ 제정선포를 위한 기념식이 열린다. 뉴저지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에서는 4번째로 한복의 날이 주정부에 의해 채택되는 것이다.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이날 “한국은 한국인의 전통 복식이며 기원전 2333년부터 한반도에 거주해 온 한국인들의 전통의복을 통틀어 말한다”고 명시할 방침이다. 주정부의 공식 결의문 채택에는 조지아주 한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조지아주는 한복의 날 제정선포 후 애틀란타 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 조선시대 궁중복식을 한달동안 전시하며 한복을 알리기로 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변하지 않는 절실함과 노력은 중국정부가 아무리 문화공정에 나선다해도 한복이 한국인의 전통복식임을 ‘스며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정부가 뒷북치고 있는 사이, 우리 재외동포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