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4.19 민주혁명회

스페인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죠지 싼타야나 (George Santayana,1863~1952)는 “역사를 기역(記憶)하지 못하면 같은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 했다. 참으로 역사적 사건의 진상(眞像)을 되 짚어보는 일은 그 속에 담긴교훈(敎訓)과 지혜(智慧)를 얻는 일이다.

62년 전 1960년 4.19 혁명(革命)은 잃었던 국민의 권리를 되찾는 세계사적(世界史的) 사건이자 우리의 위대한 유산(遺産, Heritage)이다. 나는 이 혁명 당시 대학 3학년의 열혈청년(熱血靑年)이었다. 그해 3.15 대선(大選)은 참으로 낯 뜨거운 허울만의 선거(選擧)였다. 공공연한 부정선거였고, 정부가 주도(主導)한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선거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선거 경험이 일천(日淺)했고, 계속된 해방정국(解放政局)과 6.25 직후의 혼란은 관(官)의 노골적인 선거개입(選擧介入)을 당연시하는 풍조까지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 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에는 현실감이 묻어났다. 경찰서와 동사무소까지 한패가 된 철저한 관제선거(官制選擧)를 목도(目睹)한 순진무구(純眞無垢)한 학생들이 먼저 항거(抗拒)했다. 선거함(選擧函) 바꾸기, 무더기표, 3인조 공개투표, 참관인 입장 방해, 공포분위기(恐怖雰圍氣) 조성과 유령유권자(幽靈有權者) 조작 등의 관행화(慣行化)는 더 이상 선거일 수 없었다.

 대구(大邱, 2.28.), 마산과 광주(馬山, 光州, 3.15.) 등지의 반정부(反政府) 학생 시위(示威)는 요원(遙遠)의 불길이 되어갔다. 특히 마산시위 때 실종된 김주열 열사가 4월 11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바다물에 떠 오른 사진에 성난 고려대학 학생(3,000여명)들은 4월18일 국회 의사당 앞에서 부정선거 성토(聲討) 연좌시위(連坐示威)를 벌렸다.

특히 시위 후에 귀교(歸校)하던 고대생(高大生)들이 세운상가(世運商街) 동대문 경찰서 앞 광교(廣橋)인근에서 정치깡패 반공청년당(대표 신도환) 패거리 100여 명이 자전거 체인과, 야구 방망이 등 흉기로 무장, 시위대에 기습 테러를 감행, 순식간에 도로는 시위대의 피로 물들었고, 테러 현장 사진은 고스란히 다음 날 모든 일간지를 도배했고 이를 본 성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전국 시위의 뇌관(雷管)이 되었다. 부정선거 항의(抗議) 시위기간인 4월 19일부터 4월 26일 사이, 부통령 당선자 이기붕 일가는 집단 자결(集團自決)했고 이승만은 끝내 하야 선언(下野宣言)했고 그제서야 시위는 겨우 가라 앉았다.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전국 방방곳곳에서 일어났으며, 처음엔 공산당 배후설과 장면 후보가 다니던 천주교회 배후설까지 나돌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4.19 혁명 후 잠시 등장한 허정(許政) 과도내각(過渡內閣)은 5월 29일 이승만을 하와이(Hawaii)로 망명(亡命) 시켰고, 6.15 개헌으로 탄생한 제2 공화국의 윤보선(尹潽善) 대통령과 당시 장면(張勉) 총리는 이듬해 5.16 군사 쿠데타(Coup d’état) 때 정권을 잃었다.

4.19 혁명으로 전국에서 사망한 인원은 186명, 부상자는 1,500여명으로 집계 되였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부정을 보고 일어나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다. (희생자 문병중 이승만의 말, 그는 이중 인격자 Psycho 취향)

이조 시대와 일제탄압에서 벗어나 비록 짧은 기간에 자라난 한국의 민주주의 의식(意識)은 학교교육과 언론계몽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로서 이승만 독재정권의 장기집권 음모는 설 자리를 잃었다. 세종의 한글창제(創製)의 뜻대로 국민들은 모두 쉽게 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게 되면서 스스로 자기개발(自己開發)이가능했다. 구시대적(舊時代的) 음습(陰濕)한 통치는 막을 내렸다.

1959년의 조봉암 사법살인(司法殺人), 1954년의 이승만 장기집권음모인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2차),당시까지 엄존(儼存)했던 고문기술자(拷問技術者)에 의한 관제(官制) 빨갱이, 빨갱이는 사법살인 내지 고문살인(拷問殺人)도 용인되던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인권의 사각지대(死角地帶) 등은 두고두고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이며 (오늘날 신원(伸寃)을 위한 재심청구로 모두 무죄 선고받은), 지금도 은연중에 우리 속에 흐르는 아픔이 되고 있다.

이승만 독재(獨裁)와 박정희 군정(軍政)은 여러가지 업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적 기류(氣流)에 편승해서 악행(惡行)을 서슴지 않았다. 다시 한번 헌법 제1조를 읊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