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BC 뉴스 캡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적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민주당을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법이민자나 관광객, 유학생, 단기 근로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이 미국에서 출산할 경우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도전으로 입법 또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18개 주에서도 즉각적인 법적대응이 나오고 있다. 뉴저지부터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민주당 주 법무장관들이 21일(화) 매사추세츠에서 제기된 소송에 서명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 등 18개 주 법무장관들은 해당 명령이 위헌적이라며 법적싸움에 동참하기로 했다.
뉴저지 주 법무장관 매투 플래트킨은 NPR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어제 한 행동은 불법적이고 위헌이며 결코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뉴저지는 이민자들의 주다. 우리 주의 수백만명이 출생 시민권을 통해 시민권을 얻었다. 이는 우리주의 이야기이자 미국의 이야기다. 헌법이 출생시민권을 보장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매우 위험한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법정에서 만나자”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LCU)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며 행정명령 차단에 동참했다. ALCU의 앤소니 로메로 전무이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일은 위헌이며 미국의 가치를 무모하게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보수층과 공화당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임니개혁연맹의 대표 댄 스타인은 “출생시민권은 헌법에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문제”라며 “현재 해석방식은 이민관리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다른 보수단체들은 이번 행정명이 연방대법원에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민연구센터의 마크 크리코리안 전문이사는 “솔직히 이번 문제는 행정부에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대법원이 현 관행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있다.
다만 보수단체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출생 시민권에 대한 전국적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며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68년 남북전쟁 이후 비준된 14차 수정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된 모든 사람을 자동적으로 시민으로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조항은 흑인 미국인들에게 완전한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추가되었으나 100년이상 부모의 이민 상태와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된다는 해석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14조 수정조항의 언어를 재해석했다.
불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거나 합법적이지만 임시인 신분을 가진 부모의 아이들은 조항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자동시민권을 부여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여러국가가 미국과 유사한 출생시민권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행정명령 시행에 있어서 여러가지 난관도 존재한다. 우선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국(USCIS)과 기타 연방 기관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동들의 시민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수정해야 하므로, 현재 시스템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또 행정명령이 즉각적인 이민법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연방대법원이 최종 결정하기까지 현재 출생시민권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필효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미국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지만 민주당 지도자들이 행정명령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즉각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헌법적 논쟁을 심화시키며 미국 시민권과 이민정책의 미래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NPR은 전했다.
안미향 기자 amiangs0210@gmail.com